살짝 지저분해도 돼

내가 살면서 가끔씩 저지르게 되는 - 인간으로서 - 가장 멍청한 실수는 유리문에 잘 부딪힌다는 것이다. 부딪힐 "뻔"도 아니고 그냥 부딪히는 거다. 쿠당! 도대체 거기에 왜 부딪히는거냐고 물으면 그냥, 유리가 너무 깨끗해서 그렇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는거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보이는데! 자동문이면 덜커덩하고 열리는 소리라도 나니 속도를 제어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면 간혹 큰 일에 빠지기도 하는데...



야심한 밤에 불도 안 키고 부엌을 드나들다 유리문에 쿠당! 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말 그대로 정말 "쿠당!"이라는 큰 소리가 났따 ㅠㅠ 너무 아팠지만 워낙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비명도 채 지를 시간이 없었당.

[ 당신의 아픔을 공감해요... ]


방에 들어와서 상태를 들여다보니 콧등은 두 군데나 살짝 부어있었고 특히나 부딪혔을 때 안경을 끼고 있어서 안경 콧받침 때문에 살짝 피부가 찢어져 피가 살포시 고여있었다. 어찌나 코가 얼얼한지 눈물이 그냥 흘러내리더라.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머릿속에 내내 떠돌았던 걱정은 안 그래도 콧대 낮은데 이것 때문에 콧대가 0.1mm라도 더 낮아진 것이 아닌지 그 걱정이 더 앞섰다는 것. "아, 정말 콧대 어쩌지...낮아진 건 아니겠지?"라고 말이다.




유난히 낮은 콧대를 자랑(?)하는 친구가 있는데 아주 어렸을 적 오빠가 자신을 향해 돌을 던졌는데 하필 콧등에 맞는 바람에 그 이후로 자신의 콧대가 완전평면 명품을 자랑하게 됐다는 -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 - 일화까지 떠올랐다. 어쨌든 콧대만큼은 아니된다아아아아~~ㅠㅠ




어찌됐건 지금은 말끔히 다 나았고 또 별 다른 상처는 생기지 않았지만 그 사건이후 집안 곳곳의 유리마다 크고 예쁜 투명 스티커(물론 깔끔하게 떨어지는 것으로)를 붙여놨다. 그것도 바로 내 눈높이로 더덕더덕.




by 플라멩코핑크 | 2009/10/25 23:51 | 일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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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rlowe at 2009/10/26 00:02
저는 걷다가 발가락 끝부분을 여기저기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요.
toe cap이라도 사고 싶은 데, 국내에서는 젤 소재만 있네요.
Commented by トンヒ동히 at 2009/10/27 13:57
아 나도 위에분 처럼 새끼 발가락만 꼭 그렇게 부딪혀서 숨이 멎도록 아파하는 거 종종 있는데.. 부딪히는 순간. 아..악.... 하고 숨이 콱 멈추는 그 아픔 ㅋㅋㅋ
근데..
유리...에 부딪힌적은..... 진짜 없었던 듯..
Commented at 2009/10/27 19: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딸뿡 at 2009/10/29 22:11
일단 집에는 응급처치를 해두었으니 이제 밤이라도 부딪칠 일은 없겠지요? 한번 더 똑같은 일을 겪으면 이제는 투명말고 '야광'으로 붙여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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