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이야기지만


어쩌다 밤 늦게 혼자 택시를 타게 됐는데 아저씨가 술 취한 사람들만 태우다 (멀쩡한)아가씨를 태우니 기분이 좋다고 말씀하신다. -_- 아뿔싸, 잘못 탔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대답은 해드려야 했기에 나름 웃으면서 취객들 많은가봐요~ 라고 답하는 순간, 기사분 기다렸다는 듯 술술술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셨다.



취객을 부축하면서 아파트 문 앞까지 바래다 준 적도 있었고, 또 어떤 취객은 기사분을 대리운전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지하주차장까지 간 적도 있었다는 등등. 그러다가 기사분의 가족이야기까지 등장하게 됐다. (내가 택시 탄 곳에서 우리집까지는 거리가 쫌 된다.) 많이 이야기가 고프셨나부다. (일명 썰풀이)



원래는 횟집사장님이셨는데 횟집이 망해서 택시회사에 들어가게 됐다고. 하지만 횟집 경험을 썩히기는 아까워 매일 새벽마다 수산시장에 가서 칼질로 소소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신단다. 자식은 딸 자식 둘 이렇게 있는데 그 중 한 명은 교대에 다니는 중. 어우~ 따님께서 공부 열심히 하셨네요~ 좋으시겠어요~~ 라고 말하니 지금은 웬수같단다.



처음에는 공부잘하는 첫째가 너무너무 예뻤는데 나이가 들 수록 첫째는 자기 중심적인데다가 늘 자기 멋대로라서 지금은 오히려 공부는 못하지만 늘 언니나 자기에게 맛있는 먹을거리 하나라도 양보하는 착한 둘째가 이쁘단다. 특히 첫째 딸에게는 지금도 매주 10만원씩 용돈을 주고 있는데 과외는 커녕 알바도 하지 않고 늘 아버지에게 적다고 투정하기도 하기도 해 둘째가 너무너무 예쁘기 그지 없다는 것. 


1주일에 10만원이요? 진짜 많다아~ / 몰라요, 옷 사입고 뭐 사먹고 게다가 어떻게든 서울에서 일 할거라면서 공부는 하는데 매번 떨어지기나 하고, 그냥 가까운데로 평범하게 됐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한 참 기사분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 덧 집에 다 왔다. 기사분, 거스름돈을 계산하시며 내내 첫째 험담만 해서 좀 그러셨는지 한 말씀 더 하신다. 그래도, 지가 알아서 모으고 있겠죠. 암. 모으고 있을거야, 걘 그러고도 남을 애야. 알아서 잘 하겠지 뭐.



아부지~



by 플라멩코핑크 | 2009/09/27 19:20 | 생각들 | 트랙백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flapink.egloos.com/tb/508172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トンヒ동히 at 2009/09/29 13:39
우우우..... 참 누구의 인생도 모두 드라마야. 아부지~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9/10/25 23:03
맞아~ 그냥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저 말 할때 그냥 아부지~가 머릿속에서 울리더라 쩝
Commented by 랑쁘 at 2009/10/13 19:07
잠 이건 어느집이나 비슷한 버전인것 같네요. 다들 첫째는 공부는 잘해도 이기적이고 분위기 파악도안되고, 둘째는 항상 착하고 언니한테양보 해야 하지요. 저도 피해자고 우리 둘째도 피해자고..언니가 베풀어야 집안이 편한데...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9/10/25 23:04
^^그래도 다른 집도 있더라구요. 이기적인데 공부 못하는 첫째, 착한데 공부 잘 하는 막내. 어떤 집이 더 나을까요? *_*
Commented by 딸뿡 at 2009/10/17 10:21
첫째가 제 몫을 잘하는 집은 진짜 거의 없더라고요. 첫째가 이기적이면 다른 형제 자매들이 희생을 하는 편이고 부모님을 더 잘 따르고. 첫째라고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그럴까요?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정 정도 부모님에게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응당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있긴 하더라고요. 뭐 저는 독녀지만, 당연하게는 받아들이되, 고마워는 당근 하고 있습죠.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9/10/25 23:06
제 친구는 막내는 아니지만 3남매 중 둘째인데 늘 큰 언니에게 양보하다 나이드니 이젠 양보가 아니라 돈 빌려줘야 하고 또 더 심한건 막내남동생 등록금까지.. 그래도 다행인 것이 막내 남동생 유학가서 거기서 자리잡고 일하니 둘째 누나에게 돈은 부쳐주더군요 ㅋㅋ 그나저나 딸뿡님 독녀시구낭! 저도 독녀입니다.ㅋㅋ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