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직업 잔혹사 - 문명을 만든 밑바닥 직업의 역사

지난 주말 가만히 앉아있어도 끈끈해지는 것을 느낄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죠.
덕분에 집에서 책 한권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예전 모 광고의 카피로 등장했던 1등만이 기억된다라는 말이 있었죠.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입장에서 보면 1등이 아니라 영웅이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중세시대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관광객을 끊임없이 불러모으는 찬란한 건축물,
드라마, 영화의 단골 소재로 거론되는 위대한 영웅, 왕과 왕비의 이야기.


하지만 이 책의 촛점은 다릅니다.
목숨이 왔다갔다 할 정도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서 
하루하루 연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보통 사람들의
처절했던 노동을 소개하고 있거든요. 그것도 아주 자~~세하게.
(작가가 어떻게 자세하게 써 내려갈 수 있었는지는 마지막에...)


작가는 '이들이야말로 명시적으로 기록되지 못한 문명의 창조자들이자 역사의 주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말한다기 보다는
"너네가 알고 있고 교과서를 통해 배우던 중세의 아름다운 역사는 순 가식이야!
이렇게 처절하게 생활하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문명이 이루어지고
너네가 편히 살 수 있는거야. 알간???" 라며
(저를 비롯한)사람들의 무지를 적극적으로 깨우치게 하려는 그런 노력, 느낌이랄까.


예를 들자면...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고 TV나 영화에서처럼 '뽐'나게 전투를 하고
승리를 거머쥔 뒤 찬란한 문명을 쌓고 왕조의 훌륭한 토대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장에 따라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전장에서 돌아온 주인의 갑옷 내부의 오물
(용변이 급해도 싸움이 끝나기 전까지는 갑옷 속에서 해결했다는군요 -_-;;)
들을 묵묵히 닦아내고 또 격식에 맞게 고기를 썰어
에티켓을 갖춰 훌륭한 식사를 대접해야했던
(갑옷담당종자라고 불리웠던) 기사의 시종 덕분이었겠죠.
게다가 이건 아주 양호한 직업이었다고 하니...


어쨌든 재미있었습니다.
대강대강 그러했던 직업들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림과 함께 상세하고 자세하게 알 기회는 없었으니까요. (뭐 알 수도 없었고)


그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불량직업은 과연 무엇일까??
전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 책의 작가라고 말하고 싶네요.
왜냐하면 작가가 (가능한 직업에 한해) 그런 역사 속 직업들을 몸소 재현했기 때문.
아까 말했었죠? 아~~주 자세하게 써내려갔다고. -_-


by 플라멩코핑크 | 2007/07/30 21:55 | 읽을래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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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30 22:07
잘 지냈죠? 건축은 저기 불량직업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던가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 같은데....-_-;;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7/30 22:14
재미있을 것 같은 책입니다!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07/30 22:17
bluexmas 님 /
앗! 실시간 댓글!^^ 돌아오셨군요! *_* (그런데 지금 이 시간이면 그 곳은...??)
어쨌든 반가반가워요 ^_^ 전 잘 지내구 있었답니다. ㅎㅎ
(아니 그 동안 못 뵈어서 심심했다고 해야 기분이 좋으시려나요? ㅋㅋ)
건축! 빠지면 섭하죠~
긴 역사를 가진 유명한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죽어나간 노동자들의 수와 필히 비례할지도...!

hertravel 님 / 아 이거 재미있어요.^^ 제가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사형집행인이었지요. 사실 처형하는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잘려나간 시체의 머리를 이래저래 처리했다는 부분이 흥미진진~ *_*
Commented by ORANGE at 2007/07/30 23:12
대단한 작가정신입니다. 몸소 다 재현해보다니..TT
Commented by 알코릴라 at 2007/07/31 00:47
잘려나간 시체의 머리를 이래저래 처리했다는 부분이 흥미진진

읽고 싶었는데, 윗부분이 눈에 걸려. 서울에 와서 다시 혼자 자취하는 관계로.
다음으로 미뤄야겠습니다.
Commented by 캅후치노 at 2007/07/31 03:34
와, 살짝 내용 얘기하신 것만으로도 흥미로운데요!
하지만 여기선 보지 못한다는 거 OTL
Commented by 캅후치노 at 2007/07/31 03:35
근데 리플 다신 거 보다가 '시체의 머리를 처리했다는 부분이 흥미진진~ *_*' 에서 헉. 하고 가요 ㅋㅋ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07/31 20:33
ORANGE님 / 그렇죠? ^_^ 작가란 직업은 참 고달픈 직업인 것 같기도 해요

알코릴라님 / 이런~ 그 부분은 정말 몇 줄 안된답니다. 그렇지만 그 몇 줄을 읽고있노라면 어느새 머릿속에서 상상을 하고 있다는...^^ 재미있었는데 말예요 이히히

캅후치노님 / 아버님께 보내달라고 하심이 어떠실런지? ^_^ 이히히. 타지에 계시면 (한국)책을 마음껏 읽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겠네요. 그런데 그 시체의 머리를 다루는 부분, 전 참 재미있게 읽었는걸요 ^_^ 그것도 엄청 집중해서 ㅋㅋㅋ
Commented by 단미 at 2007/08/02 01:35
갑옷담당종자 그런직업도 있었군요..여하튼 훌륭하십니다..아무래도 무더위에는 가만히 집에서 책 보는게 피서죠?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08/03 02:24
상상을 뛰어넘는 직업들이 많더군요. 예를 들면 고기를 굽는 직업도 있었고 말예요. ^^ 그런데 그땐 굉장히 더웠는데 요즘은 태풍 영향때문인지 생각만큼 덥지 않아 견딜만 하답니다 ^ㅁ^ 맨날 이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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